
- 앤트로픽이 블랙스톤·헬만앤프리드먼·골드만삭스를 창립 파트너로 15억 달러 규모 엔터프라이즈 AI 서비스 합작사를 세웠다.
- 오픈AI도 ‘The Development Company’를 통해 19개 투자사로부터 40억 달러를 조달, 기업가치 100억 달러를 노린다.
- 모델 제공사가 SI·컨설팅·매니지드 서비스 영역까지 직접 진입 — 팰런티어식 ‘포워드 배포 엔지니어(FDE)’ 모델이 핵심이다.
- 도입 리스크는 단기적으로 낮아지지만, 모델·데이터·워크플로 전반의 벤더 종속(lock-in) 심화는 새로운 숙제다.
AI를 도입하려는 기업이라면 지금까지의 공식은 단순했다. 모델은 오픈AI나 앤트로픽에서 빌리고, 실제 구축은 컨설팅사나 SI 업체에 맡긴다. 그런데 2026년 5월, 이 공식이 통째로 흔들렸다. 모델을 만드는 바로 그 회사들이 “구축까지 직접 해드립니다”라며 컨설팅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그것도 월스트리트 자산운용사들을 등에 업고, 수십억 달러 규모로. 컨설팅·SI 업계가 초비상에 걸린 이유를 짚어본다.
무슨 일이 벌어졌나 — 두 합작사의 정체
시작은 앤트로픽이었다. 앤트로픽은 5월 4일 엔터프라이즈 AI 서비스를 전담하는 합작사 설립을 공식 발표했다. 창립 파트너로는 사모펀드 블랙스톤(Blackstone), 헬만앤프리드먼(Hellman & Friedman), 그리고 골드만삭스가 참여했다. 여기에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제너럴 애틀랜틱, 싱가포르 국부펀드 GIC, 레너드 그린, 세쿼이아 캐피털 등 VC·헤지펀드·PE가 뒤를 받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먼저 보도한 이 합작사의 기업가치는 15억 달러로, 앤트로픽·블랙스톤·헬만앤프리드먼이 각각 3억 달러씩 출자했다.
오픈AI는 ‘The Development Company’로 맞불
놀라운 점은 타이밍이다. 앤트로픽 발표 불과 몇 시간 전, 블룸버그는 오픈AI가 ‘The Development Company’라는 이름의 거의 동일한 구조의 합작사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규모는 더 크다. 19개 투자사로부터 40억 달러를 조달하며 기업가치는 100억 달러로 책정됐다. 명단에는 TPG, 브룩필드 자산운용, 어드벤트, 베인 캐피털이 이름을 올렸고, 흥미롭게도 앤트로픽 합작사와 투자자가 전혀 겹치지 않았다. 로이터는 한발 더 나아가 오픈AI 측 합작사가 AI 구축 서비스 회사 3곳에 대한 인수 협상을 막바지 단계까지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AI Biz Insider 분석 — 두 회사가 같은 날, 같은 구조의 합작사를 들고 나온 건 우연이 아니다. 모델 성능 경쟁이 한계 수익에 가까워지자, 진짜 돈이 도는 ‘구축·운영’ 영역으로 전장을 옮긴 것이다. 자산운용사를 파트너로 끌어들인 이유도 분명하다. 이들의 포트폴리오 기업이 곧바로 잠재 고객 명단이 되기 때문이다.
왜 모델 회사가 컨설팅까지 하려 하나
핵심은 ‘AI 도입의 마지막 1마일’에 돈이 묶여 있다는 점이다. AI 파일럿은 며칠이면 띄울 수 있지만, 이를 보안성 있는 프로덕션 시스템으로 전환하려면 수개월에 걸친 통합·프로세스 작업이 필요하다. 모델 회사 입장에서는 이 구간을 남에게 넘기는 순간, 가장 큰 부가가치를 SI·컨설팅사에 뺏기는 셈이다.
팰런티어가 증명한 ‘FDE’ 모델
새 자본은 고객 한 곳마다 더 많은 엔지니어링 인력을 투입하는 데 쓰인다. 팰런티어가 대중화한 ‘포워드 배포 엔지니어(Forward-Deployed Engineer, FDE)’ 모델이다. 앤트로픽은 발표문에서 “엔지니어링 팀이 임상의·IT 담당자와 직접 마주 앉아 그들이 이미 쓰는 워크플로에 맞는 도구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표준 제품을 파는 게 아니라, 현장에 들어가 맞춤형 시스템을 짜주겠다는 선언이다.
시장 분석가들의 진단도 같은 곳을 향한다. 테크아크(Techarc) 창업자 파이살 카우사는 “엔터프라이즈 IT 도입은 늘 컨설팅·자문 중심이었다. 도입을 가속하려면, 즉 진짜 돈이 있는 곳으로 가려면 기존 기업의 영업 방식에 맞출 수밖에 없다”며 AI 기업들이 가치사슬 최상단에서 ‘운전석’에 남으려 한다고 분석했다. IDC 아시아태평양 AI 리서치 책임자 디피카 기리도 “모델 제공사가 플랫폼 벤더를 넘어 AI 가치사슬 전체를 적극적으로 재편하고 있다”고 짚었다.
AI Biz Insider 분석 — 이 움직임은 엑센추어·딜로이트 같은 글로벌 SI, 나아가 인포시스·TCS 같은 인도계 IT 서비스 기업에 직접적인 위협이다. 모델사가 구축 영역을 가져가면, SI의 역할은 ‘대규모 롤아웃 실행’으로 축소될 수 있다. 일부 IT 서비스 기업이 AI 채택에 신중한 이유도 여기 있다 — 도입이 늘수록 자신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고객에게 기회인가, 함정인가
모델 회사에서 구축 서비스를 직접 사는 것은 단기적으로 분명한 이점이 있다. 케이던스 인터내셔널의 툴리카 쉴 수석부사장은 “기업이 더 긴밀한 통합과 전문 역량에 접근할 수 있어 초기 도입 리스크가 줄어든다”고 평가했다. 모델을 만든 회사가 직접 붙으니 통합 품질이 높고, 문제 발생 시 책임 소재도 명확하다.
편리함의 대가, 깊어지는 종속
문제는 장기다. 쉴은 “이는 모델부터 데이터 파이프라인, 워크플로까지 스택 전반에 걸쳐 더 깊은 종속을 만든다. 시간이 지나면 상당한 혼란 없이는 벤더를 바꾸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카운터포인트의 닐 샤 부사장은 모델 제공사들이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 계층까지 묶어 ‘원스톱 숍’이 되려 한다고 봤다. 애플리케이션·서비스 계층을 통제하면 기업을 묶어두는 동시에, 고객의 업무 방식을 직접 파악해 모델을 더 최적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리는 종속이 불가피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모듈형 아키텍처로 모델 계층을 추상화할 수 있지만, 종속을 피하려면 초기에 의도적인 설계 선택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단지 모델 하나가 아니라 데이터 파이프라인·워크플로·거버넌스 전체가 특정 제공사에 묶일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CIO에게 던져진 질문은 이제 ‘어떤 모델이 가장 뛰어난가’를 넘어, ‘모델이 시스템에 박힌 뒤 구축 경로를 누가 통제하는가’로 바뀌고 있다.
AI Biz Insider 분석 — 국내 기업과 SI 업계에도 같은 질문이 던져진다. 삼성SDS·LG CNS·SK 계열 등 국내 SI가 글로벌 모델사의 직접 진입과 경쟁하려면, 차별점은 결국 도메인 전문성·데이터 주권·국내 규제 대응 역량이다. 중소·중견기업으로서는 ‘AI 구축 외주’ 선택지가 늘어난다는 점은 반갑지만, 계약 전에 출구 전략 — 즉 나중에 벤더를 바꿀 수 있는 모듈형 설계 — 를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자금력이 만드는 새 판
이 모든 움직임의 배경에는 양사의 압도적인 자금 동원력이 있다. 오픈AI는 3월 말 852억 달러 기업가치로 1,220억 달러 규모의 신규 펀딩을 발표했고, 앤트로픽은 9,000억 달러 기업가치로 500억 달러 신규 조달의 막바지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PO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두 회사는 모델 경쟁을 넘어 ‘AI 도입 시장 전체’를 선점하기 위한 실탄을 쌓고 있다. 컨설팅 합작사는 그 실탄을 매출로 전환하는 가장 직접적인 통로다.
결국 2026년 엔터프라이즈 AI 경쟁의 무게중심은 ‘누가 더 똑똑한 모델을 만드는가’에서 ‘누가 그 모델을 기업 현장에 더 깊이 심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AI 도입을 검토하는 경영자라면, 모델 선택만큼이나 ‘누구의 손을 빌려 구축할 것인가’와 ‘그 손을 나중에 놓을 수 있는가’를 함께 따져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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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TechCrunch — Anthropic and OpenAI are both launching joint ventures for enterprise AI services
- CIO — OpenAI, Anthropic expand services push, signaling new phase in enterprise AI race
AI Biz Insider · AI 비즈니스 · aibizins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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