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앤트로픽이 6월 30일 과학자 전용 AI 작업대 ‘클로드 사이언스(Claude Science)’를 베타로 공개했다.
- 문헌 분석부터 그림과 논문 초안까지 한 화면에서 처리하고, 모든 결과에 ‘만든 과정’을 코드와 이력으로 남겨 재현이 가능하다.
- 60개가 넘는 과학 스킬과 별도의 검토(reviewer) 에이전트가 인용과 계산 오류를 자동으로 잡아낸다.
- NVIDIA 바이오니모 연동으로 단일세포 분석은 52분에서 25초로, 케미인포매틱스는 최대 3,000배 빨라졌다.
앨런연구소의 한 신경과학자는 종합 리뷰 논문 한 편을 쓰는 데 최대 2년이 걸렸다. 그런데 지금 그의 손에는 100페이지가 넘는 리뷰가 열 편 가까이 쌓여 있다. 인용까지 검토 에이전트가 한 번씩 확인한 상태로 말이다. 무엇이 바뀐 걸까. 앤트로픽이 6월 30일 공개한 ‘클로드 사이언스’는 흩어진 연구 도구를 한 자리에 모으고, 에이전트가 실제 실험 설계와 분석을 대신 굴리는 과학자 전용 작업대다.
흩어진 연구 도구를 한 곳에
연구자의 진짜 고통은 ‘도구 갈아타기’였다
과학 연구는 생각보다 지루한 노동의 연속이다. 연구자는 저마다 다른 스키마를 가진 수십 개의 데이터베이스를 넘나들고, 전용 파이프라인이 있어야 열리는 파일 포맷과 씨름하며, PubMed와 Jupyter, R, 클러스터 터미널 사이를 하루에도 몇 번씩 오간다. 정작 ‘과학’에 쓰는 시간보다 도구를 갈아타고 환경을 맞추는 데 쓰는 시간이 더 많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클로드 사이언스는 이 파편화된 도구들을 하나의 연구 환경으로 묶는다. 문헌을 분석하고, 여러 단계로 이어지는 연구를 실행하며, 그림과 원고를 출판 직전 상태까지 반복 다듬는 전 과정을 한 화면에서 처리한다. Jupyter 노트북처럼 맥OS나 리눅스의 로컬 환경에서도, SSH나 HPC 로그인 노드를 통한 원격 환경에서도 그대로 쓸 수 있다.
Trend Insight — 챗봇에서 ‘작업대(workbench)’로. AI 제품의 경쟁 축이 ‘얼마나 똑똑하게 답하나’에서 ‘연구자의 실제 워크플로에 얼마나 깊이 들어오나’로 옮겨가고 있다는 신호다.
세 종류의 에이전트가 굴러간다
조율, 전문, 검토로 나뉜 역할
사용자는 먼저 전체를 지휘하는 ‘조율(coordinating) 에이전트’와 대화한다. 이 에이전트는 유전체학, 단일세포, 프로테오믹스, 구조생물학, 케미인포매틱스 등에 맞춰 미리 설정된 60개 이상의 스킬과 커넥터를 다룬다. 필요하면 하위 에이전트를 스스로 띄우고, 사용자가 만든 전문 에이전트와도 협업한다. 여기에 별도의 ‘검토(reviewer) 에이전트’가 인용과 계산을 점검해 오류를 표시하고 스스로 바로잡는다. 하나가 만들고 다른 하나가 검증하는 이른바 액터-크리틱(actor-critic) 구조다.
결과물은 전부 ‘재현 가능’
클로드 사이언스가 그림을 하나 만들면, 그 그림을 만든 정확한 코드와 실행 환경, 그리고 전체 대화 이력이 함께 붙는다. 몇 달 뒤에 다시 열어도 어떤 입력으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추적하고 검증할 수 있다는 뜻이다. 3D 단백질 구조, 지놈 브라우저 트랙, 화학 구조 같은 과학 특유의 결과물도 화면에 그대로 렌더링된다. ‘격자선을 없애줘’, ‘축을 로그 스케일로 바꿔줘’ 같은 평범한 말로 지시하면 에이전트가 자기 코드를 직접 고친다.
Trend Insight — ‘검토 에이전트’와 ‘재현 가능한 이력’은 곧 신뢰 계층이다. AI가 만든 결과를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과학계의 근본적 불안을, 제품 구조로 정면 돌파하려는 접근이다.
컴퓨트는 알아서, 데이터는 밖으로 안 나간다
단백질 폴딩이나 대규모 유전체 파이프라인처럼 큰 분석은 보통 연구자가 직접 계산 작업을 세팅하고, 클러스터에 보낸 뒤 성공·실패를 확인하고 결과를 다시 끌어오는 과정을 요구한다. 클로드 사이언스는 이 과정을 대신 처리한다. 계획을 짜고, 새 자원에 접근하기 전에 먼저 사용자에게 묻고, 승인을 받은 뒤에야 실제 작업을 연구실이 이미 쓰는 자원(SSH로 연결된 자체 HPC 클러스터나 Modal 계정)에 제출한다. GPU 한 장에서 수백 장까지 필요에 따라 규모를 키운다.
보안 측면도 설계에 녹아 있다. 세션이 메모리에 맥락을 쥐고 있어 거대한 데이터셋도 한 번만 불러오면 되고, 분석은 연구실 자체 인프라 위에서 돌아간다. 덕분에 크거나 민감한 데이터는 원래 있던 시스템을 떠나지 않고, 각 단계에 필요한 최소한의 맥락만 클로드로 전송된다. 언제든 세션을 분기(fork)해 두 가지 접근을 원본 손실 없이 비교할 수도 있다.
Trend Insight — ‘데이터는 그 자리에, 연산은 알아서’라는 원칙은 제약·바이오·의료처럼 데이터 반출이 어려운 규제 산업을 정조준한 포석이다. 엔터프라이즈 AI의 승부처가 결국 보안과 규정 준수임을 다시 보여준다.
숫자로 본 성과, 그리고 NVIDIA
실제 연구 현장은 이렇게 바뀌었다
앞서 언급한 앨런연구소의 제롬 르콕은 약 20개의 맞춤 스킬로 ‘전산 리뷰 템플릿’을 만들었다. 하위 에이전트들이 수천 편의 논문에서 핵심 주장과 정량적 결과를 뽑아 증거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고, 파이프라인이 서사 구조를 짜 섹션별로 리뷰를 써 내려간다. 예전엔 2년까지 걸리던 작업이, 지금은 100페이지가 넘는 리뷰 열 편 규모로 쌓였다. UCSF 뇌종양센터의 스티븐 프랜시스 교수는 신경교종의 분자역학 연구에서 생식세포 변이 분석을 기존의 약 10분의 1 시간으로 끝냈고, 결과를 독립적으로 재검증해 신뢰성까지 확인했다. 조직 표적 치료제를 설계하는 매니폴드 바이오는 표면 발현과 안전성을 종합해 실험 후보 표적을 클로드 사이언스로 선정했다.
NVIDIA 바이오니모가 붙었다
클로드 사이언스는 NVIDIA 바이오니모 에이전트 툴킷을 호출 가능한 스킬로 연동한다. 상위 20대 제약사 중 18곳이 이미 바이오니모를 쓰고 있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작지 않다. 가속 성능도 구체적이다. Parabricks는 유전체 분석을 시간 단위에서 분 단위로 줄이고, RAPIDS-singlecell은 130만 개 세포 전처리·클러스터링을 52분에서 25초로 압축한다. nvMolKit은 유사도 검색과 형태 생성 같은 케미인포매틱스 연산을 최대 3,000배까지 가속한다. Evo 2, Boltz-2, OpenFold3 같은 오픈 모델과 NIM 마이크로서비스도 같은 환경 안에서 바로 불러 쓸 수 있다.
Trend Insight — 에이전트의 속도는 결국 ‘도구의 속도’에 묶인다. 모델 경쟁이 가속 하드웨어·라이브러리 생태계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앤트로픽과 NVIDIA가 한 배를 탔다는 점이 핵심이다.
한국 기업과 개발자에게 주는 시사점
클로드 사이언스가 던지는 메시지는 과학계에만 머물지 않는다. 첫째, AI가 ‘도구를 골라 쓰는’ 시대가 왔다. 사람이 도구를 열던 방식에서, 에이전트가 상황에 맞는 스킬과 커넥터를 스스로 선택해 실행하는 방식으로 넘어가는 중이다. 둘째, 검토 에이전트라는 ‘신뢰 계층’은 법률·금융·제조처럼 정확성과 감사 추적이 필수인 산업에 그대로 이식될 수 있는 패턴이다. 셋째, 도메인 특화 워크벤치라는 형태 자체가 하나의 제품 공식으로 굳어지고 있다.
현재 클로드 사이언스는 맥OS와 리눅스에서 Pro, Max, Team, Enterprise 요금제를 대상으로 베타 제공된다. 앤트로픽은 최대 50개의 ‘AI for Science’ 프로젝트에 최대 3만 달러의 크레딧을 지원하며, 신청은 7월 15일까지 받는다. 자사 워크플로 어디에 이런 에이전트형 작업대를 얹을 수 있을지 지금부터 그려보는 것이, 이 흐름에 올라타는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이다.
Trend Insight — ‘과학’은 시작점일 뿐이다. 재현 가능성, 도메인 스킬, 검토 에이전트라는 세 축은 어떤 전문 영역에도 복제될 수 있는 청사진이다.
관련 글
출처
- Anthropic, ‘Claude Science, an AI workbench for scientists, is now available’ (2026.06.30)
- NVIDIA Blog, ‘NVIDIA BioNeMo Agent Toolkit Brings Accelerated AI to Life Sciences Researchers in Claude Science’ (2026.06.30)
- STAT News, ‘Anthropic releases Claude Science, a product aimed at researchers, the pharma industry’ (2026.06.30)
AI Biz Insider · AI 트렌드 · aibizins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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