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코드 생성이 사실상 공짜가 된 시대, 개발자 몸값을 가르는 건 속도가 아니라 ‘취향(taste)’이다 — OpenAI Codex 팀이 도달한 결론
- AI에 돈은 쏟아붓지만 전사 LLM 프로젝트는 성공 0건, 한 직장인이 기록한 ‘LLM 집단 망상’의 민낯
- 읽지도 않은 AI 출력물을 동료에게 떠넘기는 새로운 무례함 — “인간의 주의를 원하면 인간의 노력을 보여라”
AI가 당신이 쓸 코드의 90%를 대신 짜준다면, 개발자에게는 무엇이 남을까? 이번 주 GeekNews를 달군 세 편의 글은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곳을 가리킨다. 코드를 ‘얼마나 빨리, 많이 짜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만들지 판단하고(개인), 그 판단이 조직 안에서 어떻게 망가지며(조직), 동료의 시간을 어떻게 대하는가(팀)라는 지극히 인간적인 영역이다. AI가 타이핑을 가져간 자리에 드러난 것은, 사실 처음부터 진짜 실력이었던 ‘판단력’이었다. 개인에서 조직, 팀으로 이어지는 오늘의 세 장면을 따라가 보자.
코드는 공짜가 됐다, 이제 남는 건 ‘취향’
속도가 아니라 ‘무엇을 만들지 아는 능력’
2025년 3월 Anthropic CEO 다리오 아모데이가 “AI가 수개월 내 코드의 90%를 작성할 것”이라 했을 때만 해도 터무니없게 들렸다. 그런데 그해 12월, Claude Code를 만든 보리스 체르니는 자신이 커밋한 코드의 100%가 AI 작성이었고 IDE를 한 번도 열지 않았다고 밝혔다. AI 코딩을 ‘slop’이라 비웃던 안드레이 카파시가 입장을 뒤집었고, Vercel CTO 말테 우블은 “소프트웨어 생산 비용이 0으로 수렴 중”이라 말했다. 2025년 11~12월 Opus 4.5, GPT-5.2, Gemini 3가 보이지 않던 역량의 경계를 넘으면서, 코드 생성은 사실상 상품(commodity)이 됐다.
코드 짜기가 공짜가 되면 남는 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곧 취향이다. 글쓴이는 취향을 ‘내부 평가 함수의 품질’로 정의하며 세 형태로 나눈다. 더 나은 구현을 설명하기 전에 먼저 느끼는 인식(Recognition), 다음에 무엇을 만들지 아는 나침반(Compass), 2년 뒤 중요해질 것을 보는 비전(Vision)이다. 보리스가 Claude Code의 할 일(todo) 기능 하나를 이틀간 약 20개 프로토타입으로 만들며 ‘필연적으로 느껴지는’ 형태로 수렴해 간 것이 바로 나침반 취향이다.
가치는 다섯 영역에서 불균형하게 터진다. 문제 선택, 시스템 아키텍처, 품질 판단, 사용자 공감,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Codex 팀은 거의 모든 코드를 프롬프트로 짜지만 손으로 쓰는 30%가 품질 판단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30/70 규칙’을 말한다. 그 결과 스타트업에서 뛰어난 엔지니어와 평범한 엔지니어의 격차는 3배에서 10배로 벌어졌다. 코딩 경력보다 ‘좋은 판단의 경력’이, “React를 안다”보다 “부하 상황에서 신뢰성 있는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다”가 값이 오른다.
Tech Insight — 채용과 평가의 기준이 ‘얼마나 짜는가’에서 ‘무엇을 왜 만드는가’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리더 입장에서 보면, 잘 정의된 명세를 빠르게 구현하는 역할의 가치는 떨어지고,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는 초기 창업 엔지니어 · 테크리드 · 플랫폼 엔지니어의 레버리지가 커진다. 그리고 취향은 이력서가 아니라 ‘실제 사람들이 쓰는 제품’과 ‘일관된 관점의 글’ 같은 포트폴리오에서 증명된다 — 평가 권한을 쥔 사람이라면 지원자의 깃허브와 글을 먼저 봐야 하는 이유다.
AI에 돈은 쏟지만 성공은 0건, ‘집단 망상’의 현장
보너스는 깎고, ChatGPT · Copilot 라이선스는 즉결 승인
앞 글이 ‘개인의 취향’을 말한다면, 두 번째 글은 그 판단이 조직에서 어떻게 증발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만성 자금난에 시달리는 직장의 풍경은 모순으로 가득하다. 2년 전 우수 직원 보너스는 영구 취소됐고, 공석은 충원되지 않으며, 비용 절감을 이유로 중요한 라이선스와 데이터베이스까지 삭제됐다. 그런데 ‘AI 올인’을 권하는 컨설턴트 고용, 수년치 외부 LLM 워크숍, ChatGPT와 Copilot 양쪽 라이선스 비용만은 즉시 승인됐다.
결과는 처참했다. 수백 명이 참여하고 여러 팀이 LLM 프로젝트를 등록 · 시범 운영했지만, 글쓴이가 지켜본 모든 회의에서 성공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전부 “작동 불가”, “시간 절약 안 됨”, “오히려 더 복잡해짐”으로 귀결됐다. 일반 활용 사례라며 시연된 것은 봇에게 “오늘 기분 어때?”라고 묻기, 한눈에 보이는 1페이지 구내식당 메뉴 엑셀을 ChatGPT에 올려 “수요일 점심 뭐냐” 묻기(시트를 직접 읽는 게 더 빨랐다), 심지어 IT 책임자가 의심스러운 첨부 메일을 노트북에 저장한 뒤 ChatGPT에 업로드해 확인하라고 권한 사례였다.
글쓴이는 이를 ‘통제 불능의 집단 망상’으로 규정한다. 더 뼈아픈 건 그다음 통찰이다. 늘 “돈이 없다”, “변화는 수년이 걸린다”던 조직이 막대한 초기 비용의 불안정한 기술을 순식간에 통과시키는 모습을 보며, 그동안의 느린 변화가 본질적 한계가 아니라 ‘의도적 설계’였음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그것은 직원에게 신뢰가 완전히 무너지는 순간이었고, 그는 이 경험을 “나의 두 번째 코로나”라 불렀다.
Tech Insight — 도입을 결정하는 모든 리더가 들여다봐야 할 거울이다. 핵심은 ‘AI를 쓰자’가 아니라 ‘어떤 구체적 문제를 풀 것인가’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 생성형 AI에 300억 달러를 썼지만 95%의 기업이 수익 제로였다는 보고와 정확히 공명한다. ‘적어도 시도는 했다’는 보여주기식 도입은 비용보다 더 비싼 것, 즉 구성원의 신뢰를 태운다. 문제부터 정의하고, 작은 성공을 측정 가능하게 쌓는 팀만이 광풍 속에서 실제 가치를 건진다.
AI 출력물 떠넘기기, 새로운 무례함
“인간의 주의를 원하면 인간의 노력을 보여라”
개인과 조직을 지났으니, 마지막은 ‘팀’ 차원의 새 에티켓이다. 디버그 조사, 문서, 코드 가운데 점점 더 많은 양을 봇이 쓰면서, AI 출력물을 언제 다른 사람이 읽도록 보내도 되는지가 협업의 골칫거리가 됐다. 글쓴이는 한 동료가 디자인 비평을 AI에 맡긴 뒤 “읽어보지 않아 완전히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단서와 함께 그 문서를 그대로 전달한 사례를 든다. 보낸 사람에게도 읽을 가치가 없던 글을, 왜 받는 사람이 읽어야 하는가?
그가 제시하는 원칙은 단순하고 강력하다. “인간의 주의를 요청하려면 인간의 노력을 보여라.” AI 생성물이 유용하면 동료에게 보내도 좋지만, AI가 만든 것임을 명확히 표기하고 자신의 코멘트를 반드시 덧붙여야 한다. 코드 리뷰를 부탁하기 전에는 AI가 짠 코드를 본인이 먼저 검토해야 한다. Hacker News 토론에서는 더 날선 경험담이 쏟아졌다. Claude를 전면 도입한 동료가 거대한 AI 생성 PR을 쏟아내자 리뷰가 병목이 됐고, 큰 PR의 환각을 짚어내려 한 시간을 들이면 다시 AI 생성 답변과 AI 생성 수정이 달려 결국 그 PR을 피하게 됐다는 것이다.
관통하는 경험칙이 있다. “남이 소비하는 데 드는 노력보다 더 많은 노력을 결과물 생산에 들여라.” AI 이전에도 주의력은 희소한 자원이었지만, AI 이후 그 희소성은 한층 커졌다. AI 콘텐츠에 라벨을 붙이고 인간의 노력을 증명하는 일은 단순한 예의가 아니라, 팀이 일 속의 인간미와 신뢰를 지키는 최소한의 장치다.
Tech Insight — 큰 소프트웨어 팀의 진짜 병목은 늘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었고, AI는 그 격차를 더 벌린다. 그래서 ‘AI 출력물 라벨링’과 ‘검토 후 공유’는 팁이 아니라 협업 비용을 줄이는 엔지니어링 규율로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변경 단위를 작게 유지하고, PR에 생성 프롬프트를 함께 첨부하게 하는 작은 약속이 환각을 거르는 비용을 팀 전체로 분산시킨다 — 속도를 진짜로 높이는 건 더 많은 PR이 아니라 더 적은 오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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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취향(taste)을 갖춘 30배 AI 엔지니어가 되는 법 — GeekNews
- How to be a 30x AI engineer with taste — pakodas.substack.com
- 우리 직장의 LLM 집단 망상 — GeekNews
- Our workplace LLM mass delusion — blog.avas.space
- 인간의 주의를 요구한다면 인간의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 GeekNews
- Human attention and human effort — tombedor.d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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