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앤트로픽이 1년간(2025.3~2026.3) 악성 사이버 활동으로 차단한 계정 832개를 MITRE ATT&CK 프레임워크에 매핑한 분석 보고서를 6월 3일 공개했다.
- 중위험 이상으로 분류된 공격자 비중이 전반기 33%에서 후반기 56%로 약 1.7배 증가 — AI가 공격자의 위협 수준 자체를 끌어올리고 있다.
- AI 활용이 피싱 같은 ‘초기 침투'(-8.6%)에서 계정 탐색(+8.9%)·내부 이동 같은 ‘침투 후 작전’으로 이동 중이다.
- AI 에이전트가 공격 단계를 스스로 연결하는 행위는 기존 MITRE ATT&CK에 분류 항목조차 없다. 앤트로픽은 MITRE와 프레임워크 개정을 논의 중이다.
보안 업계에는 오래된 믿음이 하나 있다. 공격자가 쓰는 기술 수를 세어 보면 그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다는 것. 그런데 앤트로픽이 1년치 차단 계정 832개를 전수 분석해 보니, 이 공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았다. 가장 미숙한 공격자도 AI의 손을 빌리면 평균 16가지 기술을 구사했고, 최고 숙련자(약 20가지)와의 격차는 생각보다 좁았다. 6월 3일 공개된 이 보고서는 AI 시대의 사이버 공격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리고 20년 된 보안 프레임워크의 어디에 구멍이 생겼는지를 데이터로 보여준다.
832개 계정이 말해주는 것
앤트로픽 프런티어 레드팀은 2025년 3월부터 2026년 3월까지 악성 사이버 활동으로 차단된 계정 가운데 공격 기법을 상세히 평가할 수 있었던 832개를 추려, 보안 업계 표준 분류 체계인 MITRE ATT&CK에 하나씩 매핑했다. 결과 일부는 버라이즌의 2026 데이터 침해 조사 보고서(DBIR)에도 실렸다.
가장 흔한 용도는 멀웨어 제작
832개 계정 중 560개(67.3%)가 멀웨어 작성 등 공격 준비 단계에 AI를 사용했다. 반면 침투한 네트워크 내부를 깊숙이 이동하는 ‘래터럴 무브먼트’에 AI를 쓴 계정은 54개(6.5%)로 아직 소수였다. 문제는 추세다. 분석 기간 전반기에는 중위험 이상 공격자가 33%였지만 후반기에는 56%로 뛰었다. 같은 기간 AI 활용처도 달라졌다. 초기 침투 수단인 AI 피싱은 8.6% 줄었고, 침투 이후 내부 계정을 식별하는 ‘계정 탐색’은 8.9% 늘었다. 공격자들이 AI를 공격 생애주기의 더 깊은 단계로 끌고 들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Trend Insight — ‘침투 후 작전’은 원래 고급 해커의 전유물이었다. 이 영역까지 AI가 대신해 준다는 것은, 보안팀이 “저 정도 기술은 초보자가 못 쓴다”는 가정 위에 쌓아 온 방어 우선순위를 다시 짜야 한다는 의미다.
위협 수준 판별 공식이 무너졌다
전통적으로 보안팀은 공격자가 구사하는 기술의 가짓수, 사용하는 도구와 인터페이스를 보고 위험도를 가늠해 왔다. 이번 분석은 이 신호들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최저 숙련 공격자가 평균 약 16가지, 최고 숙련 공격자가 약 20가지 기술을 사용해 격차가 거의 사라졌고, Claude Code·API·채팅 인터페이스 등 어떤 경로로 AI를 쓰는지도 위험도와 상관관계가 없었다.
진짜 차별점은 ‘스캐폴딩’
보고서가 지목한 더 견고한 판별 기준은 공격자가 모델 주위에 쌓는 구조물, 즉 스캐폴딩이다. 고위험 공격자는 모델이 공격의 개별 단계를 스스로 연결하고 사람 개입을 최소화한 채 실행하도록 아키텍처를 설계한다. 계정 탐색, 권한 상승, 래터럴 무브먼트처럼 실시간 판단이 필요한 작업에 AI를 집중 투입하는 것도 이들의 특징이지만, 이 신호조차 일반 공격자 집단이 빠르게 따라잡으며 희석되고 있다.
Trend Insight — 기업 보안 관점에서 핵심 질문이 바뀐다. “공격자가 얼마나 숙련됐나”가 아니라 “공격자가 AI를 어디에, 어떤 자동화 구조로 쓰고 있나”를 탐지해야 한다. 위협 인텔리전스 도구를 고를 때도 이 관점이 평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MITRE ATT&CK의 빈칸
가장 주목할 결론은 보안 업계의 공용어인 MITRE ATT&CK 프레임워크 자체의 한계다. 앤트로픽이 2025년 11월 차단한 국가 배후 사이버 스파이 작전을 이 프레임워크에 대입하면 13개 전술에 걸친 30개 기술 사용으로, 수많은 ‘중위험’ 공격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작전에서 AI 모델은 명령 실행, 취약점 공격, 자격증명 탈취, 전술적 의사결정까지 거의 자율적으로 수행했고, 사람은 몇몇 핵심 순간에만 개입했다. 앤트로픽의 자체 위험 평가로는 최고점인 100점짜리 공격이다.
문제는 이런 ‘에이전트형 오케스트레이션’을 가리키는 ATT&CK 분류 ID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AI 에이전트가 강력해질수록 늘어날 행동 유형이 현행 프레임워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앤트로픽은 버라이즌과의 협업에 이어, AI 기반 공격 행동을 프레임워크에 반영하는 방안을 MITRE와 직접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Trend Insight — 분류 체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면 탐지 룰, 보안 관제(SOC) 플레이북, 규제 보고 양식까지 연쇄적으로 구멍이 난다. ATT&CK 개정 논의는 단순한 학술 이슈가 아니라 전체 보안 산업의 운영 체계 업데이트 신호탄이다.
방어자는 무엇을 해야 하나
앤트로픽은 이번 분석을 토대로 멀웨어 개발, 대량 데이터 유출 같은 행위를 모델 단계에서 탐지·차단하는 사이버 세이프가드를 최상위 모델에 배포했다고 밝혔다. 또 프런티어 레드팀 블로그에 공격자들이 사용한 기술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인터랙티브 시각화(ATT&CK 내비게이터)를 공개해, 방어자들이 AI 기반 위협의 패턴을 직접 탐색할 수 있게 했다. 핵심 메시지는 분명하다. 프런티어 모델은 공격자와 방어자 모두의 도구를 바꾸고 있으며, 가장 강력한 도구를 방어자의 손에 먼저 쥐여 주는 것이 이 회사가 말하는 대응 전략이다. 국내 기업 보안팀이라면 이 보고서의 위험 분류 기준을 자사 위협 모델링에 대입해 보는 것부터 시작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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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Anthropic — What we learned mapping a year’s worth of AI-enabled cyber threats (2026.6.3)
- Anthropic Frontier Red Team — ATT&CK Navigator 상세 분석
- MITRE ATT&CK Framework
- Verizon 2026 Data Breach Investigations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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